정원 한켠, 오랫동안 비어 있던 화분 하나가 있었어요.
어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실 때도 늘 걱정하셨던,
“화분에 물 줘야 하는데…” 하시며 손끝으로 기억을 살피던 그 화분이었죠.
장례를 치른 후에도 그 화분은 그냥 그 자리에 두었어요.
꽃나무는 모두 시들어 죽고, 화분엔 흙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거든요.
다시 식물을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그저 시간이 멈춘 듯, 정원도 제 마음도 조용히 가라앉아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달부터였어요.
그 빈 화분에서 작은 싹이 하나 돋기 시작했어요.
그저 흔한 잡초겠거니 생각하고 무심히 넘겼는데…
어느새 잎이 풍성해지고 키가 훌쩍 자라
노란 꽃이 피고, 하얀 솜털 씨앗까지 맺혔답니다.
잡초라고 하기엔 너무 단정하고
너무 고운 모습이었어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혹시 이건 어머니의 정원이 나에게 다시 말을 걸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아직 살아 있어.
네가 잊지 않아줘서 고마워.’
그날 이후, 저는 다시 정원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어요.
삶이란 때로는 이렇게,
아무도 돌보지 않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것이니까요.
🌱 이 식물의 이름은요?
처음엔 그냥 풀인 줄 알았지만,
이 식물의 이름은 고들빼기 (Lactuca indica) 또는 씀바귀과 야생쑥갓이에요.
다 자란 지금은 1미터 가까이 키가 자랐고, 노란 꽃과 솜털 씨앗이 민들레처럼 퍼지려 하고 있어요.
🪻 특징
- 국화과 식물로, 생명력이 아주 강해요.
- 넓은 잎은 톱니 모양이고, 뿌리 근처에 둥글게 모여 있어요.
- 줄기 끝에는 작고 노란 꽃이 무리지어 피어요.
- 꽃이 진 자리에 흰 솜털 씨앗이 생겨 바람을 타고 퍼져요.
- 들이나 길가에서도 자주 볼 수 있지만, 이렇게 화분에서 자란 건 정말 드문 기회였어요.
🌿 참고로…
고들빼기는 나물로 먹기도 하고,
예전에는 약초로도 쓰였대요.
하지만 지금 저에게 이 식물은 그 어떤 효능보다도
기억을 피워낸 작은 기적 같답니다.
고들빠기 나물 정말 맛있어요. 요리법은 다음을 클릭하세요.
화분에서 식탁으로 — 고들빼기 나물 요리법: https://sj-garden.tistory.com/173
💬 마무리하며
이 화분은 어머니의 마지막 정원이에요.
그 속에서 피어난 이 작은 생명이
다시 정원을 바라보게 해주었어요.
언젠가 이 씨앗들이 바람을 타고
정원의 다른 구석에도 작은 꽃을 피우면 좋겠어요.
🌱 서명
삶이 꽃처럼 피어나는 정원에서 – Little Eden
#잡초인줄알았는데 #고들빼기꽃 #빈화분의기적 #어머니의정원 #자연의위로 #소공녀의지상낙원 #정원일기 #기억의식물 #LittleEden #삶이피어나는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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