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빈 화분이었어요.
누가 봐도 오래도록 비워져 있었고,
그 허전함을 달래려고 제가 꽂아둔 건 플라스틱 꽃 한 송이였죠.
그런데 3월 말쯤, 그 화분에 무언가가 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작고 여려서 그냥 잡초인가 싶었고, 손대지 않고 그냥 두었어요.
며칠이 지나자 줄기가 옆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이번 주엔 노란 별처럼 생긴 꽃들이 무리지어 피어났습니다.
정말이지… 심은 적이 없는데, 꽃이 피었어요.
🌿 의외의 손님, 그리고 한 마디
며칠 전, 집에 온 손님이 화분을 보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어머, 돌나물이네요?”
저는 깜짝 놀라 되물었습니다.
“정말요? 전 누가 심은 기억도 없는데요…”
그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아
정체가 궁금해진 저는 사진을 확대해보고,
잎의 모양, 줄기의 방향, 꽃의 밀도까지 다시 살펴봤습니다.
그러자 의외의 실마리가 보였어요.

🌱 돌나물일까, 세덤일까?
저도 처음엔 ‘돌나물인가 보다’ 했어요.
어릴 적 할머니가 된장에 무쳐주시던 그 노란꽃 나물 말이에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몇 가지 점이 달랐습니다.
잎 모양 | 넓적하고 평평한 잎 | 더 날렵하고 도톰한 잎 |
줄기 | 땅에 바짝 붙음 | 퍼지면서 아래로 늘어짐 |
꽃 | 성기게 피고 수가 적음 | 빽빽하게 무리지어 피어남 |
용도 | 식용 가능 | 관상용, 식용 아님 (주의) |
그리하여 내린 결론은—
돌나물처럼 생겼지만, 아마도 관상용 세덤(Sedum)의 한 종류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세덤 멕시카눔(Sedum mexicanum)*이나 *세덤 마키노이 '오곤'(Sedum makinoi 'Ogon')*일 가능성이 높아요.

🍃 그런데, 어떻게 여기로 왔을까요?
정말이지, 이 식물은 제가 심은 적도, 본 적도 없던 아이예요.
화분은 몇 년간 마당 구석에 놓여 있었고,
어머니께서도 이 식물을 기르신 적은 없으셨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이 아이가 모습을 드러낸 거죠.
가능성을 따져보자면:
- 근처에서 바람에 날린 씨앗이 흙 위에 내려앉았거나
- 새의 발이나 부리에 묻어 왔을 수도 있고
- 예전 정원 흙에 아주 작은 뿌리 조각이 남아 있었을지도 모르죠.
그 모든 가능성 속에서
제가 확신할 수 있는 단 하나는—
이건 정말, 누가 심지 않았는데도 피어난 꽃이라는 것이에요.
🌼 플라스틱 꽃 옆에 피어난 진짜 꽃
무심코 꽂아둔 플라스틱 꽃은 아직 그 자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옆에는
햇살을 머금은 노란 별들이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괜찮아요. 이 자리, 우리가 지켜드릴게요."

✨ 마무리하며
저는 오늘도 이 작은 화분을 들여다봅니다.
무엇이든 텅 빈 곳을 삶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는 걸,
자연은 이렇게 가르쳐 주네요.
혹시 여러분의 정원에도,
누가 심지 않았는데 피어난 생명이 있지 않나요?
🖋 서명
삶이 꽃처럼 피어나는 정원에서 – Little E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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