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나무와 고구마, 그리고 선인장이 함께 동거동락할 수 있을까요? 신기하게도 야자나무 둥치 속에서 고구마가 자라고, 선인장(cactus)도 자라고 있어요. 서로 다른 종의 식물들이 어울림으로 잘 자라고 있으니 지상낙원의 식물들은 이런 식으로 공생하는가 봐요. 야자나무, 고구마, 그리고 선인장 이 삼합의 조합이 이런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자연의 신비가 보여주는 경이로움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그런데 고구마와 선인장은 어떻게 야자나무 속에서 둥지를 틀게 되었을까요?
야자나무와 고구마, 그리고 선인장의 삼합
소공녀의 지상낙원 동쪽 정원에는 큰 야자나무가 자라고 있었어요. 정원을 산책하다가 바라보는 이 야자나무는 이국적인 정취를 물씬 느끼게 해주었지요. 어느날부터인가 이 야자나무가 딱정벌레(beetle)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아왔었나봐요. 딱정벌레 군단의 무차별 공격에 패한 야자나무는 결국 고사목(dead tree)이 되었답니다.
야자나무와 선인장의 동거
아름다운 정원에 죽은나무(고사목)가 서 있으니 보기 흉하여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베어내었어요. 몸통을 잘라내고 난 야자나무 둥치(trunk base, bottom)는 주변의 초록 잔디와 조화되지 못하고 마른 무덤처럼 남겨졌어요. 정원사 쥬앙이 비실거리는 선인장 한 그루를 야자나무 둥치 옆에 갖다두었는데 얼마 못살거라고 생각한 선인장이 잘 버텨내고 있었어요. 어느날 소공녀는 바짝 말라버린 야자나무 둥치 안에 고구마 한개를 던져 놓고는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어요.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오랜만에 산책을 나갔던 소공녀는 고구마 잎이 마구 번져서 야자나무 둥치 전체를 다 덮어버린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소공녀는 왜 고구마 한 개를 야자나무 둥치 속으로 던져 넣은것일까요?
소공녀의 고구마 이야기
소공녀는 고구마를 무척 좋아해요. 고구마 특유의 달달한 맛이 좋기도 하지만, 아마도 고구마가 어린시절 따듯하고 행복했던 기억들을 상기시켜주기 때문인거 같아요. 엄동설한 추운 겨울철이 오면 군고구마 장수에게서 따끈한 고구마를 사먹던 그리움의 추억이 큰거 같아요. 어머니가 뜨거운 군고구마를 반으로 잘라 후후 불어주며 건내던 모습이 어머니의 따스한 미소와 함께 떠올라요. 외할머니가 고구마를 솥에 쪄서 늘 껍질을 까서 먹여주시던 기억도 아련해요. 그래서 고구마 그 자체로도 맛있지만 어쩌면 외할머니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고구마라는 매개에서 묻어나는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다 고구마를 좋아할까요?
외톨박이 고구마
키친 입구에는 야채바구니가 세워져 있는데 이 바구니 안에는 감자, 양파, 그리고 고구마가 있어요. 그런데 고구마가 식탁으로 올라오는 경우는 거의 드물어요. 주방의 파워를 가진 앤이 감자를 좋아하여 식탁에는 감자이거나 밥이 올라오거든요. 그러고보니 앤이 고구마를 입에 대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네요. 소공녀가 고구마를 먹을 수 있는 날이 한번씩 오는데 앤이 골프치러가는 날이에요. 앤이 골프치러가는 날이면 소공녀는 검은양과 둘이서 점심식사를 하게 되는데 아쉽게도 검은양도 고구마를 즐기지 않아요. 고구마 먹을 기회가 쉽지 않으니 오래 묵은 고구마에 싹이 트는 경우가 생겨요.
외계생명체 고구마
작년 2023년 봄, 장마가 지나간 후 고구마에 싹이 많이 나서 먹을 수는 없었고 버리자니 왠지 아까운 생각이 들어 유리컵에 담아 키친 창문 앞에 두었어요. 그런데 이 고구마가 자라는 모습이 매우 특이했어요. 하얀색과 핑크색이 뒤섞인 아주 가느다란 뿌리가 실크 타래처럼 유리컵 안 물 속을 유영하는 모습은 마치 외계생명체를 보든 듯 했어요. 뿌리 내린 고구마를 유리컵에서 키우는 것을 많이 봐 왔지만 생전 처음보는 모습이 경이로울 정도였어요. 키친 유리창으로 들어오는 따듯한 햇빛을 받아 고구마가 무섭게 성장하기 시작했답니다. 고구마 줄기와 잎이 퍼져 키친 유리창 전체를 덮어버리니 앤이 이제 그만 키친에서 내보내자고 하며 어디로 보낼것인지 생각해보라고 할 때는 막연했답니다.
집에서 쫒겨난 고구마
집에서 쫒겨난 고구마를 그냥 쓰레기 통에 버릴까 생각하니 이것도 생명체라 불쌍한 마음이 들어 어딘가 옮겨 심을 장소를 찾기 시작했어요. 옮겨 심을 마땅한 장소를 찾지 못하고 아무생각없이 야자나무 둥치 속으로 밀어 넣어 버렸답니다. 메마른 둥치 안에서 흙도 없고, 물도 없으니 고구마가 얼마 버티지 못할거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니 야자나무와 고구마 둘다 측은해 보였어요. 이 측은지심도 잠시, 고구마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리게 되어요. 어느날 야자나무 둥치 전체를 뒤덮고도 모자라 정원 잔디밭으로 세를 확장해 자라나고 있는 고구마를 발견했을때 너무 놀라 입을 다물수가 없었답니다. 정원사가 이 고구마 줄기를 지속적으로 잘라주지 않는다면 정원 전체를 다 덮어버릴수도 있을까요?
야자나무 속에서 핀 고구마 꽃
고구마 꽃을 본 적이 있나요? 2024년 2월부터 고구마 잎들 사이로 예쁜 꽃들이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어요. 아니 고구마 꽃이 이렇게 이쁠 수가 있나요? 보기 흉하던 고사목 야자나무 둥치를 파릇파릇한 초록의 잎으로 덮어준것만도 고마운 일인데 예쁜 꽃들을 피워 정원의 다른 초목들과 어울려주니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었어요. 고구마 꽃이 이렇게 이쁜 것이었나요? 신선한 초록 잎들 사이로 앙증스럽게 이쁜 고구마 꽃들이 옹기종기 피어나니 소공녀의 지상낙원에는 이야기 꽃이 만발하답니다.
야자나무 속에서 자라는 선인장
야자나무 속에서 자라고 있는 선인장은 무엇일까요? 100년에 한번 꽃이 핀다고 알려진 용설란이라는 선인장이에요. 소공녀의 정원에는 용설란이 많이 자라고 있지만 이처럼 야자나무 속에서 자라고 있는 특별한 선인장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의 글에서 찾아 볼 수 있어요.
100년 만에 꽃이 피는 얼룩용설란(Agave americana Variegata) 이야기: https://sj-garden.tistory.com/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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